2024. 12. 7. 22:06ㆍAviation/Review
2023년 12월 29일 아시아나항공 102편 탑승기: 서울 인천에서 도쿄 나리타행
항공편 정보
- 탑승일: 2023년 12월 29일
- 항공사: 아시아나항공
- 항공편: 102편
- 노선: 서울 인천 (ICN) → 도쿄 나리타 (NRT)
- 비행기: A380 (HL7634)
- 비행시간: 1시간 54분
- 예정 출발 시간 (STD): 09:00, 실제 출발 시간 (ATD): 09:33
- 예정 도착 시간 (STA): 11:20, 실제 도착 시간 (ATA): 11:27
공항에서의 첫 라운지 경험과 A380 비행
새벽 6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차가운 공기 속에서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수속 절차와 출국심사를 마쳤다.
언제나처럼 설렘과 긴장이 섞인 감정으로 공항을 걷고 있을 때, 중앙 라운지로 향하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이렇게 이른 시간에 라운지에 입장하는 일은 없었기에 다소 낯설고, 무언가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미 많은 사람들이 라운지를 가득 채우고 있어 놀랐다. 이른 시간에도, 아니 오히려 이런 시간대에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나항공과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자연스레 이용객이 많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라운지 안은 조금 복잡하고, 그럼에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핫밀을 기대하기보다는 간단한 스낵랩과 음료로 대체할 수밖에 없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공복을 달래기에는 충분히 괜찮았다. 감기약 한 알과 함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느꼈다.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그동안 밀린 이메일과 업무를 처리하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서서히 다가오는 탑승 시간, 비행기 안에서의 또 다른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씩 긴장도 되고, 그럼에도 여전히 어떤 설렘이 마음을 어루만지며 다가왔다.
A380: '하늘 위 호텔'을 타고 떠나다
오늘은 특별한 비행이다. ‘하늘 위 호텔’이라 불리는 A380 기종을 타고 도쿄 나리타로 떠나게 되었다.
이 비행기가 가진 상징적인 존재감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만든다. A380은 그 크기만큼이나 압도적인 인상을 남기며,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라는 타이틀을 자랑한다. 그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공간 덕분에 '하늘 위 호텔'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제 그 비행기 안에서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이 A380은 2015년 7월 첫 비행을 시작으로, 그 후 코로나19로 한동안 운휴 상태였지만 다시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니 묘한 감동이 느껴진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침묵을 깨고 다시 등장한 이 비행기는,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매력을 알리기 위한 준비가 된 듯했다.
A380의 비즈니스 스위트는 1층에 12석만 배치되어 있어, 그만큼 여유롭고 개인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나머지 2층의 어퍼덱에 위치한 스마티움 스위트는 1-2-1 배열로 66석을 제공하며, 이 역시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한 배치다. 이코노미석도 그 규모에 맞춰 1층과 2층에 고르게 분포해 있지만, 뭐랄까, 그 크기와 배열에서 오는 매력은 비즈니스석만큼 강하지 않다.
나는 개인적으로 A380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 큰 규모만큼 탑승 시간이 길어지고,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늘 아쉬웠다. 특히, 주기장에 오래 주기된 비행기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 그 지루함은 예전에도 여러 번 경험했던 일이다.
수하물이 나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비즈니스석 승객들이 타고 내리면서, 어퍼덱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즈니스석에 실린 많은 승객들의 수하물도 그만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불편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기다림조차도 이 비행기가 가진 독특한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긴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지만, 이 큰 기체가 하늘을 나는 그 순간을 상상하면서 나는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도 나는 그 '하늘 위 호텔' 속에서, 편안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탑승률과 지연 출발
오늘 어퍼덱의 탑승률은 약 60%로 꽤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비행을 시작했다.
비어 있는 좌석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많이 빈 것도 아니었다. 여유로운 느낌 속에서 좌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평온한 기분에 젖었다. 그런 반면, 이코노미석은 꽉 찼다. 관광객들이 많다는 게 실감이 났다. 언제나 그렇듯, 대다수의 승객들이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만큼, 그들의 활기찬 목소리와 움직임 속에서 여행의 시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출발 직전, 한 명의 지각으로 비행이 지연되었다. 그 순간, 짜증이 치솟았다. 평소 같으면 그저 '어쩔 수 없지' 하고 넘기곤 했겠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아무래도 그간의 피로와 긴 대기 시간이 쌓여서인지, 표정 관리가 조금 어려웠다. 긴 기다림 뒤에 비행기 안에서의 편안함을 기대했지만, 그런 사소한 일들이 결국 짜증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오고 말았다.
A380은 탑승 인원이 많아서 다양한 유형의 승객들이 타게 된다. 그것 자체가 이 비행기를 조금 더 복잡하고 다양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긴 한다. 그러나 그런 여러 사람들의 개성들이 어울리면서 일으키는 혼잡함은, 때때로 피로를 가중시킨다. 비록 그 넓은 공간 안에서도, 일부 승객들의 행동이나 소음은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B747-400과의 마지막 인사
활주로로 향하던 중, 우연히 아시아나항공의 유일한 B747-400을 발견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B747-400은 이제 거의 퇴역한 기종이라 더 이상 자주 보지 못하는 비행기다. 후속 기종인 B747-8i는 대한항공에서 운용 중이지만, 여객형 B747-400은 대부분 퇴역하면서 그 명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비행기는 아직도 도쿄, 오사카, 타이베이 등 근거리 국제선에서 활약 중인데, 올해 3월이면 퇴역한다고 한다. 다시 이 기종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씁쓸하게 했다.
B747-400을 보는 건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유의 엔진 소리와 이륙 시 느껴지는 강력한 힘, 그리고 비상구 창문에서 보이는 우람한 4개의 엔진이 언제나 인상 깊었다. 그럴 때마다, 이 비행기가 얼마나 묵직하고 안정적인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이륙할 때 그 힘이 뿜어져 나오는 소리와 진동은, 그 어떤 다른 비행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다.
나는 B747-400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 오랜 역사와 독특한 디자인, 그리고 성능까지, 나에게 이 기종은 그저 하나의 비행기가 아닌, 특별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다. 이제 그 기체가 퇴역한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고,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이 비행기를 타본 기억들, 그 강력한 힘과 함께하던 순간들이 점점 더 그리워질 것 같다.
이제 그 기체를 더 이상 하늘에서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때 그 소리와 느낌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기내식: 한식 쌈밥과 부드러운 착륙
기내식 시간이 되자, 양식과 한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오랜만에 한식을 고르기로 했다. 쌈밥이 제공되었고,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과 함께 차려진 밥상은 정말 고향의 맛처럼 느껴졌다. 나만의 방식으로 쌈을 싸며 한 입 한 입 음미할 때, 그동안 떠나온 일상과 잠시 떨어져 있던 집밥의 따뜻한 느낌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술은 렌즈 삽입술을 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서 마시지 못했다. 그래서 구아바 주스를 주문했다.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입안에 퍼지며, 어린아이처럼 기분 좋게 마셨다. 비행 중의 작은 사치를 즐기며, 구아바 주스 한 잔에 흐르는 기분 좋은 달콤함이 나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비록 술 한 잔의 여유는 없었지만, 그런 작은 변화가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비행은 평온하게 이어졌고, 착륙이 다가올 때쯤 나는 점차 피로감에 휩싸였다. 비행기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매우 부드러운 착륙이 이루어졌다. 그 순간, 어느새 나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눈을 뜨자, 나는 이미 도쿄에 도착해 있었다. 기장님의 안정적인 조종과 비행기의 부드러운 착륙 덕분에, 착륙한 줄도 몰랐을 정도였다. 순간, 아무런 흔들림 없이 착륙을 마친 기체가 정지할 때까지, 나는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다. 그런 평온한 착륙은 오랜 시간 비행을 해온 기장님의 실력 덕분이었을 것이다.
짐을 챙기고 공항을 나서며, 도쿄의 도심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비록 비행기 안에서 잠시나마 긴장을 풀었던 시간은 잠시였지만, 도쿄에 발을 디디는 순간,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는 설렘이 밀려왔다.
도시의 복잡한 거리가 보였고,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와 활기가 동시에 공존하는 곳, 그 모든 것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듯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도시 속으로 들어가며, 내가 이제 이곳에서 또 어떤 하루를 보낼지 궁금해졌다.
도쿄, 그 매력적인 도시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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